미군 전함을 지켜낸 라일리 소령의 결정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조나 레더 2016
이 사례는 과연 리더가 중요한 결정하는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 만약 중요한 결정은 리더가 한다고 할 때 전문성이 없는 리더가 과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을까?를 반문하게 되는 사례다. ‘권한위임’을 대하는 데 있어 개략적이고 추상적인 이해와 분명하게 명시할 수 있음의 차이도 찾아볼 수 있겠다.
1991년 2월 24일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해병 제 1사단과 제2사단은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이동했다. 병사들은 경계선 표시가 없는 쿠웨이트 국경 지역에 다가가자 더욱 속도를 높였다. 주변은 온통 황량한 모래밭뿐이었다. 이들은 8개월 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후 최초로 투입된 다국적군이었다. 걸프전의 사막의 폭풍 작전이 성공할지 여부는 그들 어깨에 달려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쿠웨이트를 해방시키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허락된 시간은 100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이 이라크 군을 신속히 제압하지 못하면 전쟁은 시가전에 돌입할 양상이었다. 이라크군은 쿠웨이트 시내로 후퇴하겠다며 위협하고 있었는데 만일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수개월 동안 지상전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해병대는 이라크군이 강력히 저항할 것이 예상했다. 이라크군은 쿠웨이트 내에 많은 군사 거점을 마련해 요새화한 상태였는데, 특히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의 중립지역인 와프라 유전지대 부근에 군사력을 집중시켰다. 이라크군은 사막에 지뢰를 설치하고 무자비한 공중전에 군사력을 쏟아 부었다. 다국적군은 부수적 피해와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전투 시의 공중 폭격은 철저히 제한되었다. 37일간의 대규모 공습으로 전투력이 크게 약화된 이라크 남부 ‘공화국 수비대’와 달리 쿠웨이트를 점령한 공화국 수비대는 강한 전투력을 자랑하였다. 다국적군 사령부는 이번 쿠웨이트 침공으로 각 해병사단에서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내거나 5~10%의 전력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중차대한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다국적군 함대의 전함과 구축함들이 쿠웨이트 해안에서 약 32Km 떨어진 곳에 배치되었다. 이는 다분히 위험이 따르는 전략이었다. 해군의 함포가 쿠웨이트 공격에 나선 지상군을 엄호한다 해도 그들 또한 이라크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국적군 해병대의 쿠웨이트 공격이 시작된 날 아침, 페르시아만에서 대기중이던 미국과 영국의 전함은 비상 경계 체제에 돌입했다. 적군의 폭격이 예상된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던 것이다.
지상전이 시작된 후 처음 24시간 동안 다국적군이 보여준 활약상은 사령부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 넘었다. 해병사단은 이라크군이 설치한 지뢰지대와 가시철조망을 성공적으로 뚫고 쿠웨이트 중심부로 깊숙이 침입했다. 이라크군이 사용하는 구소련제 T-72 탱크와 달리 다국적군이 사용하는 미국제 M1 아브람 탱크는 GPS 와 열감지 장치를 갖추고 있었던 덕분에 다국적군은 칠흑같은 어두움 속에서도 교전을 벌일 수 있었다. 해병 1개 여단든 쿠웨이트시 외곽 지역에 도달한 뒤, 갑자기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해안선을 장악하는 작전을 개시했다. 2월 25일 새벽, 열 대의 해병 헬리콥터가 수륙양용의 대형 함정과 함께 쿠웨이트의 아쉬 슈아이바 항구 근처에 진을 치고 있던 이라크 군사 기지를 급습했다. 연안에 주둔해 있던 전함은 함포사격을 함으로써 그들을 지원했다. 다국적군의 목적은 항구 점령이 아니라 이라크군을 무력화해 연안의 수송대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같은 날 오전 마이클 라일리 소령은 포벽중인 아쉬 슈아이바 항으로부터 24Km 떨어진 영국군 구축함 글로스터호에서 레이더 화면을 감시하고 있었다. 글로스터 호의 임무는 다국적군 함대의 호위였기 때문에 라일리는 해군 수송대 인근 상공을 레이더로 주의깊게 지켜보았다. 공중전이 시작된 이래 레이더 감시 이무를 맡은 군인들은 빡빡한 일정에 시달렸다. 그들은 6시간 동안 임무를 수행한 뒤 6시간 동안 수면과 식사를 해결하고 짧은 휴식을 취한뒤 다시 밀실과 같은 레이더실로 복귀했다. 지상전이 시작된 이후부터는 다들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계속 카페인을 들이켰다.
라일리는 자정부터 임무를 시작했다. 새벽 5시 1분, 다숙적군이 아쉬 슈아이바 항구를 폭격하기 시작한 직후였다. 쿠웨이트 해안 근처에서 깜빡이는 레이더 신호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신호에 잡힌 물체의 궤도를 빠르게 계산해 보니 다국적군 수송대를 향하고 있었다. 라일리는 밤새 비슷하게 깜빡이는 신호를 여럿보았지만 이번 신호는 뭔가 수상쩍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으나 화면에 나타난 초록빛 신호가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그는 다시 스크린에 나타난 신호를 40초간 계속 관찰했고, 그 신호는 미국 전함 미주리호쪽으로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고 레이더 화면이 한번씩 바뀔 때마다 점점 더 가까워졌다. 물체는 시속 900Km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라일리의 직감이 맞는다면 즉시 쏘아 떨어뜨려야 했다. 깜빡이는 신호가 미사일임에도 그가 즉시 대응하지 않는다면 수백명의 해군이 목숨을 잃을 것이 자명했고 그는 침몰하는 미주리호를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라일리는 고민에 휩싸였다. 레이더 신호가 깜빡이는 지점이 미국 A-6 전투기가 자주 비행하는 항로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A-6 전투기는 레이저 유도폭탄으로 지사의 해병대를 지원하고 있었다. 출격을 완료하면 A-6 전투기는 쿠웨이트 해안으로 내려와 수송대를 향해 동쪽으로 방향을 튼 후 항공모함에 착륙했다. 지난 몇주에 걸쳐 라일리는 이 미확인 레이더 신호와 같은 항로를 비행하는 A-6 전투기를 보았다. 이동 속도 또한 비슷해서 레이더 화면상으로는 A-6 전투기와 이 물체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A-6 전투기의 조종사들은 귀환 비행 시 전자개체 식별장치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이 식별장치는 다국적군에게 그들이 아군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라크군의 미사일 공격 표적이 될 위험도 있었으므로 조종사들은 당연히 이라크군의 감시망 위를 조용히 숨어 다니는 쪽을 택했다. 그렇기에 글로스터호의 레이더 감시요원들은 이 신호의 정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레이더 감시요원들이 적군의 미사일과 아군의 전투기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했다. 깜빡이는 신호의 고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A-6 전투기는 일반적으로 915m 상공을 비행하는 반면, 이라크의 실크웜 미사일은 300m 상공을 비행했다. 그러나 라일리가 이용하는 레이더에는 고도측정 기능이 없었다. 특정물체의 고도를 알아내려면 ‘909’라고 불리는 특별 레이더 시스템을 사용해야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깜빡이는 신호가 나타난 직후 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요원이 잘못된 추적번호를 입력하는 바람에 라일리는 이 불가사의한 비행물체의 고도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거의 1분 동안 레이더 신호를 지켜보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비행물체는 빠르게 움직였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라일리는 공격명령을 내렸다. 두 발의 시다트(sea Dart) 지대공 미사일이 공중을 향해 발사되었다. 몇 초가 지났다. 라일리는 초조한 마음으로 미사일이 마하 1에 가까운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깜빡이는 초록 불빛이 마치 자석에 끌리는 쇳조각처럼 목표물로 빨려 들어가는게 보였다. 라일리는 다음 순간을 기다렸다.
폭발음이 바다 위로 울려 퍼졌고, 레이더 화면에서는 모든 신호가 즉시 사라졌다. 미주리호를 향해 날아가던 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라진 지점은 미주리호 전방 640m에 불과했다. 몇 분 후 글로스터호의 함장이 레이더실로 들어왔다. “저것은 어느 쪽의 새였나? 함장은 미확인 물체를 폭파시킨 미사일이 어느 쪽의 것이었는지 물었다. “우리 쪽에서 발사했습니다.” 함장은 라일리에게 그 폭격 대상이 미국 전투기가 아닌 이라크의 미사일임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라일리는 그냥 그럴 것 같았다고 답했다.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의 4시간은 라일리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 만일 그가 A-6 전투기를 쐈다면 그는 무고한 두명의 조종사를 죽인 셈이었다. 그의 커리어는 여기서 끝나고 군사재판에 회부될지도 몰랐다. 라일리는 자신이 레이더 화면에서 보았던 깜빡이는 신호가 진짜 이라크 미사일이었다는 증거를 찾기위해 녹화테이프를 돌려 보았다.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분석했을 때 조차 라일리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그 비행물체를 확실히 구별할 수가 없었다. 글로스터호의 분위기는 어두워졌다. 바다위에 떠있는 파편을 살펴보기 위해 조사팀이 파견되었고 이 지역에 배속된 모든 다국적군의 전투기 재고 조사 역시 즉시 실시되었다.
첫 번째로 소식을 전해들은 클로스터호의 함장은 라일리가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려 누워있던 침대로 걸어왔다. 조사결과 레이더 속 깜빡이던 신호는 이라크의 실크웜 미사일이 맞았다. 라일리 혼자 전함을 구했던 것이다.
물론 라일리가 엄청단게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 해군은 라일리가 비행 물체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히 분석했다. 그들은 레이더 녹화 테이프만으로는 실크웜 미사일과 미국의 A-6 전투기를 식별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라일리의 판단이 옳긴 했지만 미국의 전투기를 겨추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위험한 도박은 성공했지만 그래도 도박은 도박이었다. 이상이 이 사건에 대한 공식견해였다.
1993년 여름, 해병대원들의 심리 컨설팅을 담당하던 인지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이 이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레이더의 깜빡이는 신호를 적군의 미사일로 간주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꼈다. 라일리 자신조차 왜 그 이른 아침의 깜빡이는 신호를 그토록 위협적으로 느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운이 좋았다고 여길 뿐이었다
극도의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에 대해 수십년 간 연구해온 클라인은 근거없는 직감이라도 때로는 놀라운 통찰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라일리가 왜 특정한 레이더 신호에 그렇게 두려움을 느꼈는지 알아내기 위해 두려움의 근원을 찾기로 했다. 그는 레이더 녹화 테이프를 돌려 보았다.
그는 곧 라일리가 A-6 전투기가 출격을 마치고 돌아올 때 보이는 레이더 신호 패턴에 익숙한 상태였다는 점을 알아냈다. 라일리가 사용한 해군 레이더는 수면 위의 신호만 포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전투기들이 쿠웨이트 해안을 날아오른 직 후 나타나는 신호를 보는데 익숙했다. 전투기 신호는 보통 레이더 화면이 한 차례 전환 된 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클라인은 당시의 미사일 공격을 녹화한 레이더 테이프를 분석했다. 그 운명의 40초를 수차례 돌려 보면서 그는 라일리에게 익숙했던 A-6 저투기의 귀환신호, 그리고 라일리가 강한 거부감을 느꼈던 실크웜 미사일 신호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클라인은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보았고 드디어 라일리의 본능적인 통찰력을 설명할 수 있었다.
비밀은 타이밍에 있었다. A-6 전투기와 달리 실크웜 미사일의 신호는 해안선에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실크웜 미사일은 A-6 전투기보다 거의 600m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미사일 신호가 처음에는 지상의 전파방해로 가려졌고 그 결과 레이더 화면이 세번 전환될 때까지 신호가 보이지 않았다. 즉 A-6 전투기보다 8초나 늦게 나타나기 시작한 셈인데. 라일리는 무의식적으로 깜빡이는 신호의 고도를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라일리가 레이더 화면에 잡힌 이라크 미사일을 보았을 때 두려움을 느꼈던 이유였다. 이 레이더 신호에는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었고 분명 A-6 전투기와는 느낌이 달랐다. 때문에 라일리는 비록 왜 두려움을 느꼈는지 설명할 수 없었음에도 무언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을 직감했고 그 깜빡이는 물체를 쏘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출처 :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조나레더 2016. 미리보기 서비스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 Google Books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할 당시인 1991년 2월 24일 새벽 5시경, 이때 영국 해군 소령 마이클 라일리 눈에 해안선을 따라 날아가는 비행물체가 포착되었다. 이 물체는 미국 전함 미주리호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 비행물체가 이라크군의 실크웜 미사일인지 미군의 A-6전투기인지 판단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군 전투기는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 수 있는 식별장치를 적이 감지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작동시키지 않은 상태로 비행하는 상황이었고 불행하게도 레이더마저 고장나 물체의 고도를 통한 물체 식별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 비행물체는 미주리호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라일리 소령은 직감을 통해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렸고 결국 그 비행물체는 미주리호 600여 미터 전방에서 격추되었다. 확인결과 격추된 것은 이라크 실크웜 미사일로 밝혀졌고 수백명의 인명을 살린 영웅이 되었다. 다음날 함장이 미군 전투기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단지 그렇게 느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의 제럴드 잘트만 교수는 “인간의 의식활동 중 무의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이며 의식은 단 5%에 불과하다.”
버지니아대학 심리학 교수 티모시 윌슨 은 “무의식이란 의식에 도달하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의 판단과 감정 그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작용이다.”